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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책

우동 한 그릇



이상하게도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었다.
 
아무리 슬픈 이야기나 감동적인 스토리에도 나의 눈물샘은 언제나 냉정함을 잃지 않았고, 그

래서 한 때는 나 자신의 무딘 감수성에 대해 자책하기도 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동생이 "우동 한 그릇"이라는 아주 얇은 책 한 권을 내게 권해주었다.
 
처음엔 너무 촌스러워 보이는 제목과 표지 때문에 그다지 끌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첫장을 넘기자마자 책 속으로 빠져들어간 나는 감동의 소용돌이 앞에 완전히 허물어

지고 말았다.

마지막장을 덮은 후 나의 두 눈에서 훔쳐낸 눈물 한방울은 혀끝을 갖다대고 싶을 만큼 순수

하고 소중한 존재로 느껴질만큼 감동적이었다.
 
역시 진정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란, 결코 화려한 문장력이나 드라마틱한 극적

연출이 아닌 진솔하고 순수한 마음이란 걸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부터, 빡빡하고 삭막한 현실에 내 마음이 탁해진 듯이 느껴질 때마다 나는 "우동 한

그릇"을 통해 마음속을 정화시킨다.
 
가끔씩은 소박함 속에서 삶의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