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30일,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동시대의 또 다른 거장인 잉그마르 베르
히만과 함께 만 95세 생일을 두 달 남긴 채 생을 마감했다.
위대한 두 거장이 우연히도 같은 날 저 세상으로 간 것이다.
60년대 “정사”를 시작으로 “밤”, “태양은 외로워”, “욕망”을 연달아 탄생시키며 새로운
현대 영화의 형식을 창조해 냈으며, 세계 3대 영화제인 깐느,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의
그랑프리를 모두 휩쓸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부르주아
계급의 여성 혹은 지식인 남성들을 소재로 삼아 모호한 내러티브 구성과 내면세계에
대한 철학적이고 정신분석학적인 접근을 통해 진정한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영화작가
였다.
물론 네오리얼리즘 형식의 유일한 작품인 “외침”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상류
층을 다루고 있는데다 형식주의적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프랑수아 트뤼포와 같은 누
벨바그 세력들로부터는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보기엔 루이 브뉘엘과 장 르누아르에다 페데리코 펠리니가 절묘하게 뒤섞
인 스타일을 지니고 있는 게 바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작품 세계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장 뤽 고다르의 작품 가운데서도 “경멸”은 마치 안토니오니의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
다.
물론 “경멸”은 가장 고다르적이지 않은 고다르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외의 작품에선 그다지 유사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제7의 예술이라는 의미에서의 영화를 극한까지 추구하여 모더니즘 영화를 완성한 위
대한 씨네아스트임과 동시에 영화의 예술적 한계에 대한 안타까움마저 영화적 예
술로 표현한 고뇌하는 철학자이기도 했던 이가 바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