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 속에서의 주요 인물들은 나름의 지적이고 수준 높은 대화들을 수다처럼 끊임없이 이
어나간다.
특히 남자 주인공인 장 루이는 '모럴리스트'였던 철학자 파스칼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스스로의 도덕성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한다.
그러다 그는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모드라는 여자의 집에서 단둘이 밤을 보내야 하는 상황
에 처하게 된 것이다.
모드는 장 루이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지닌 여자였다.
솔직하고 개방적인 마인드를 지닌 매력적인 여성인 모드와의 하룻밤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한 장 루이의 윤리적이고 지적인, 아니 그렇게 보이기 위한 가식과 허세로 점철된 말과 행
동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에릭 로메르 감독은 이처럼 단순한 이야기 구조 속에 놀라운 마법을 구사하여 활력
넘치는 생명력을 부여한다.
영화는 분명 모드와의 하룻밤을 보내게 된 장 루이가 구사하는 말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지만
놀랍게도 관객에겐 장 루이의 그러한 언행 뒤에 감추어진 그의 내면의 모습이 적나라 하게
투시되어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가식적인 장 루이를 비웃게 되고, 그와 동시에 너무나도 진솔한 매력을
지닌 모드에게 반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관객의 입장에서 장 루이를 한참동안 비웃다 보
면 그와 너무나 닮아보이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부끄러움 속에서 관객은 유쾌한 자기 반성의 과정을 거치며 에릭 로메르의 작품은 비로
소 진정한 완성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역시 에릭 로메르는 인간 내면의 탐구자임과 동시에 치유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