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들의 경연장인 남자 육상 100m에서 9초대를 달린 사람은 역사상
71명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경이로운 기록이며 노력과 재능 가운데 하나만으론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전세계에서 17개국만이 9초대 스프린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선 카타르의 사무엘 프
랜시스만이 9초 99의 기록으로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상황이다.
1968년 짐 하인스에 의해 마의 10초 벽이 무너진 이후부터 남자 육상 100m의 기록은 아주 조
금씩 경신되어왔다.
특히 칼 루이스와 모리스 그린은 9초 9대와 9초 8대를 허무는 역할을 하면서 역사의 한 페이
지를 장식하게 된다.
사실 1987년과 1988년 벤 존슨에 의해 먼저 깨어지긴 했으나 이후 약물복용에 의한 기록임이
밝혀지면서 세계 육상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다.
이후에도 르로이 버렐, 도노반 베일리, 브루니 수린, 저스틴 게이틀링, 아사파 파웰, 타이슨
게이 등이 역주를 펼치며 기록을 경신해 왔다.
아사파 파웰과 타이슨 게이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어 있던 2008년 자메이카 출신의 낙천적
인 스프린터가 자신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리는 혁명적인 기록을 만들어낸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육상 100m 결승에서 그는 마지막 20여 미터를 스퍼트를 하지 않은
채 마치 마트에 라면 사러 가는 듯한 조깅 모드로 통과하였지만 전광판에 찍힌 그의 공식 기
록은 9초 69였다.
더구나 풍속은 0이었기에 바람의 도움도 전혀 받지 않은 순수한 기록이었다.
4일 후 그는 같은 장소에서 신의 영역으로 불리던 마이클 존슨의 남자 200m 기록인 19초 32
마저도 0.02초 단축한 19초 30의 기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버린다.
초속 -0.9m의 역풍을 상대로 기록한 경이롭고도 경이로운 기록이었다.
남자 육상 200m에서 19초대를 뛴 선수는 13개국에서 40명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토록 경이로운 인간 치타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100m와 200m 모두 날짜까지 똑같은 1년 후에 열린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훨
씬 더 압도적인 기록을 만들어 내고 만다.
9초 58과 19초 19라는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충격적인 기록을 작성해 낸 것이다.
육상의 신이라 불려야 할 그의 이름이 바로 우사인 볼트다.
사실 원래 발음으론 '유세인 보울트'에 가깝다곤 하지만 방송 매체에서 '우사인'으로 사용해
왔기에 갑자기 바꾸려고 하니 조금 어색하긴 하다.
더욱이 방한 당시 볼트 자신이 '유세인'으로 불러달라고 했다니깐 그렇게 할 생각이다.
400m가 너무 힘들다고 뛰기 싫어하는 그에게 200m에서의 스피드 향상 훈련 목적으로 코치
가 권유했던 100m에서 순식간에 압도적인 세계기록을 작성해버린 사나이..
경기 전 tv를 보면서 치킨너겟을 즐겨 먹으며, 농구와 축구를 좋아하는 남자..
훈련이 없을 땐 클럽에 가서 그동안 연마한 최신 댄스를 선보이는 괴짜..
경기 전후에 익살 맞은 표정과 제스처로 관중들을 즐겁게 해주는 매력남..
이 모든 것이 자메이카 출신이며 196cm의 키에 1986년 생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설명하는 것들이다.
볼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보다 더 압도적인 질주를 통해 다시 한 번 신
들린 퍼포먼스를 구현해 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