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바그의 리더이자 그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하고자 했던 남자의 첫걸음은 어떠했을까?
"400번의 구타"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의 어두웠던 성장기에 대한 자전적 작품이기도 한 이 영화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결코 시
선을 거둘 수 없을만큼의 특별한 이끌림이 있다.
인간성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해 문제아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 본 발칙하고도 가슴 저려오는
성장영화라고나 할까?
족보가 물구나무서기를 하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무라카미 류의 소설 "69"의 초딩 버전 정도
가 적당한 비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아의 확립과 개성의 표출이 통제되고 무시되어지는 집단 및 관계 속에 무방비 상태로 내던
져진 어린 영혼의 운명에 대해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 감화원을 탈출한 주인공 드와넬이 한참을 달린 후 생애 처음으로
마주한 바다와 만나고 교감하기까지의 모습을 신비로운 롱테이크 신으로 담아낸 엔딩 장면
은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꽃과 같은 희망을 잉태하고 있는 듯하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은 명장면었다.
고다르와는 다른 방식으로 가장 트뤼포적인 혁명의 시작을 알린 위대한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