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가 쓴 "그리고 일곱번째 날..."이란 3부작으로 된 시리즈가 있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베로니카,죽기로 결심하다", "악마와 미스 프랭" 이렇게
모두 세 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다.
이 세 권 모두 일주일 동안의 사건을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이끌어 나간다.
이 중에서 내가 가장 먼저 읽은 책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이다.
베로니카라고 하는 평범하지만 나름대로 사랑스럽고 여성스런 매력을 지닌, 다시 말해 세상
살이에 그다지 문제가 없는 젊은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하지만 그녀는 삶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한 채 결국은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한다.
그런데 그녀는 죽지 못한 채 슬로베니아의 빌레트라고 하는 정신 병원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의사에게서 약을 과다 복용한 후유증으로 인해 심장에 이상 증세가 있어 일주
일동안만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처음에 그녀는 그 사실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결국엔 계획대로 죽게 되었다는 아이러니컬한 위안을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시작된 베로니카의 일주일 동안 펼쳐지는 시한부 인생은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
한다.
살아야 할 필요성을 찾지 못한 채 무력감에 빠져 살다 결국엔 자살까지 시도했던 그녀에게,
이곳 빌레트에서의 일주일은 차츰차츰 그녀에게 무언가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해 일깨워 주기
시작한다.
즉 살고 싶은 마음, 살아야 할 이유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빌레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와 사건, 특히 에뒤아르란 남자와의 만남을 통해, 그
리고 그로 인한 그녀의 사색을 통해 그녀는 지금껏 알지 못했고 겪어보지 못했던 아주 특별
한 감정과 마주치게 된 것이다.
보고만 있어도 얼굴에 화색이 돌고, 보드랍게 쓰다듬고 싶은,
타인과 공유, 혹은 빼앗기고 싶지 않은 소유욕과 질투의 감정,
바로 어떤 것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과,
어떤 것 혹은 누군가에게 무척이나 의미 있고 특별한 무언가이고 싶고,
든든한 어깨에 기대고, 포근한 가슴에 안기고 싶은,
바라봐 주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막상 바라보아진다는 따사롭거나 의미 있는 간절한 시선을 느꼈을 땐
호흡이 빨라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두 볼이 발그레하게 달아 올라 속마음을 들킬까봐 가슴 졸이는,
즉 사랑 받고 싶은 감정,
이 두가지 감정이 베로니카에게 날아든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에게 공략 당한 베로니카는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너무나 짧다는 것을 깨
닫고, 남은 생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그로인해 삶과 생명의 경이로움과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간절히 깨달은 베로니카에게 마침내
예고된 그 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눈을 뜨고 있으며, 심장이 뛰며, 숨을 쉬고 있다.
살아 있는 것이다.
의사는 그녀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 거짓말에 속은 그녀는 분하기는 커녕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지
않을까?
이런게 아마 진정한 의미에서의 하얀 거짓말이지 않을까?
사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베로니카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진 않지만 삶에 대한 무
력감에 사로잡히거나, 생명의 소중함을 자주 망각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삶이란 소중하고 의미있으며, 단지 살아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것인데도 말이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순간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마
법 같은 힘을 지닌 소중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