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으면서 얼마나 재미있는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는지, 아님 눈물나게 감동적이거나
혹은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숨겨져 있는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충격
을 준 소설이 바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다.
뭐랄까? 마치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와 같이 내가 '죄와 벌'의 주인공인 라스콜리니코
프의 뇌에 들어가 그의 사고를 공유하면서 고뇌하는 듯한 독특한 몰입을 체험하게 된 것이
다.
인간의 내면 심리에 대해 이토록 간결하면서도 섬칫할 정도로 리얼하게 표현해 낸 작품은
그 이전에 존재치 않았을 듯 싶다.
좀 더 생각해보면 '라스콜리니코프'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내면세계를 치밀하게 파헤친 듯
한 공포심에 사로잡히게 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보편적인 인간의 참모습을 놀라운 통찰력으로 완벽하게 표현해 낸 것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