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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화감독들

알랭 레네

 

 

3월의 시작과 함께 또 하나의 위대한 영화의 별이 졌다.

 

흑인이 아니었다면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평가 받았을 니그로 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사첼 페

 

이지' 가 남긴 "만약 당신의 나이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당신이 되고 싶어하는 나이를 생각

 

하라. 그것이 바로 당신의 나이다." 라는 말을 여실히 증명했던 영화의 장인..

 

바로 '알랭 레네' 가 그의 92번째 생일을 석달 가량 남기고 영원히 잠든 것이다.

 

당시로선 충격적이었을 완전히 새로운 형식과 어법을 선보였던 그의 장편 데뷔작 "히로시마

 

내 사랑"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던 레네의 영화 세계는 참으로 찬란히 빛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50여년 간 이어진 그의 위대한 영화 여정은 아름다운 발걸음의 연속이었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잉마르 베리만', '에릭 로메르', '끌로드 샤브롤', '테오 앙겔로풀로

 

스' 등의 전설적인 거장들을 하나 둘씩 떠나보내며 거장을 잃은 시대를 아쉬워하던 1년여 전

 

의 어느날 정말이지 소름 돋는 놀라운 영화와 만나게 되었다.

 

마치 아흔살 먹은 소년 혹은 청년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빚어낸 결과물이라 착각하게 만든 그

 

작품은 바로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라는 영화였다.

 

무르익은 듯 하면서도 신선했고, 빈틈 없이 꽉 짜여진 듯 하면서도 끊임없이 물음표를 발생하

 

게끔 하는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솟아나는 작품이었다.

 

'알랭 레네' 의 두번째 영화 인생이 시작되는 듯한 착각에 빠져버렸기에 90이라는 숫자에 무

 

감각해진 채 앞으로도 한동안 그의 새로운 영화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버

 

렸던 것이다.

 

90살의 나이에 다시 한번 경이로운 성장을 해버린 위대한 거장의 차기작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와의 이별은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왔던 것이다.

 

영화 장인의 새로운 시작일 줄 알았던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는 결국 아쉽게도

 

거장의 영화 인생을 완성하는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름답지만 뭔가 아쉬운 결말이다.

 

남아 있는 '자크 리베트' 와 '장 뤽 고다르' 같은 거장들이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