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키라는 아시아 영화를 상징하는 거장이며, '일본의 구로사와'가 아닌 '세
계의 구로사와'로 불리곤 했다.
동양인의 시각에서 구로사와의 영화를 보면 무언가 이질적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
을 것이다.
사무라이가 등장하는 시대극인 경우에도 이상하게 서구적인 색채가 느껴지곤 한다.
서양화를 배웠으며 도스토예프스키와 셰익스피어의 문학을 동경하였기에 일본, 혹은
동양적인 면과 서구적인 것에 대한 적절한 조화를 작품 속에서 구현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그는 작가주의에 입각한 예술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아닌 대중적인 장르영화의
공식을 적용하는 상업영화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가 만든 작품은 예술이 되었다.
대중적인 장르영화의 노선을 따르면서도 독창적인 예술가적 기법의 추구와 치밀한 작
품의 완성도를 통해 관객과 평단 모두를 사로잡았던 탁월한 거장이었다.
두 대의 메인 카메라와 한 대의 서브 카메라로 연출해내는 생동감 넘치는 카메라 워크
를 통해 "7인의 사무라이"에서와 같은 완벽한 액션신을 빚어낼 수 있었으며, 빛과 어둠
에 대한 섬세한 화면 연출로 인해 흑백 영화임에도 입체적인 영상미를 구현해 내곤 했
다.
그리고 그의 영화에선 언제나 휴머니즘과 유머러스함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