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감성 멜로 스릴러, 바로 끌로드 샤브롤 감독의 "도살자"다.
살인 사건을 다룬 범죄 스릴러 영화가 이토록 우아한 자태를 뽐낼 수 있을까?
게다가 섬뜩하기 짝이없는 "도살자"라는 이름표까지 달고서...
공인된 알프레드 히치콕 추종자였던 끌로드 샤브롤이 히치콕적으로 빚어낸 작품으로 히치콕
에 대한 존경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여실히 느껴진다.
이 영화의 진정한 묘미는 너무나도 타이트하게 당겨져 있는 서스펜스적인 현으로 연주되어
지는 낭만이라는 반전을 만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하기에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서스펜스의 효과는 더욱 더 배가되어지는 것이다.
특히나 돋보였던 건 끌로드 샤브롤의 1세대 '안나 카리나'이자 실제 부인이기도 했던 스테판
오드랑의 존재감이었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모니카 비티, 페데리코 펠리니의 줄리에타 마시나, 장 뤽 고다르의
안나 카리나와 같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환상적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다.
또한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이 결혼식장에서 집으로 걸어가는 장면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순응자"에서의 카메라 워크에 비견될 정도로 탁월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난 끌로드 샤브롤이 더욱 그리워지게 하는 잊혀지지 않을 걸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