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심각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긴 했어도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 만드는 재주 만큼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데뷔작인 "물속의 칼"과 함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바로 "차이나타운"이다.
장르영화의 최고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짜임새로 구성되어
있다.
작년에 개봉했던 폴란스키의 최근작 "유령 작가"를 보면 '21세기 차이나타운'을 의식해서 만
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2% 부족하긴 했지만 말이다.
"차이나타운"은 여백의 미를 살리기 보단 빈틈 없이 빼곡히 채워진 포만감을 최대한으로 살
린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이런 작품들이 지닌 숙명적인 오류인 불필요한 표현 및 무모한 도전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가치일 것이다.
전형적인 장르영화의 내러티브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놀랍게도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내면
세계를 중심으로 몽환적인 전개가 이어진다.
여기엔 폴란스키의 섬세한 연주를 완벽하게 실현시켜 준 '잭 니콜슨'과 '페이 더너웨이'라는
탁월한 악기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차이나타운", "대부 시리즈", "내쉬빌" 같은 작품들이 살아 숨쉬던 70년대의 미국 영화가 그
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