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연예계에선 태연과 김지숙, 조윤희와 이효리 등의 닮은꼴 연예인들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도플갱어'라는 단어의 등장횟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도플갱어(doppelganger)'라는 단어는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닌 독일
어라고 한다.
개인적으론 1993년 제작된 드류 베리모어 주연의 "도플갱어"라는 영화를 통해 처음 접해본
단어이다.
그외에도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 등의 소재로 다루어졌던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바로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 감독의 1991년작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이다.
유럽의 대표 여배우 가운데 한명인 이렌느 야곱이 주연을 맡아 깐느 영화제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이렌느 야곱이 연기한 두 명의 '베로니카', 즉 폴란드 바르샤바의 '베로니카'와 프
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베로니끄"라는 도플갱어의 삶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지 않으며, 뚜렷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취하고 있지도 않
다.
'베로니카'와 '베로니끄'의 서사적 사건들을 평면적 혹은 입체적으로 교차시키면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고 있긴 하지만 본질은 더욱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있는 것이다.
즉, 이 작품은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끔 하는 영화인 것이다.
키에슬롭스키의 철학적 깊이와 이렌느 야곱의 경이로운 표현력이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었
기에 실현되어질 수 있었던 기적 같은 결과물인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바르샤바와 파리라는 상반된 이미지와 '도플갱어'라는 동일화된 이미지를 절
묘하게 배합하면서 역사적, 혹은 이념적 화두들과 신비로운 도킹을 구사하고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쯤 여실히 와닿았던 무언가가 있었다.
키에슬롭스키는 이 작품에서 두 명의 베로니카를 도플갱어로 표현하고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말하려고 한 것은 결국 '모든 인류는 서로의 도플갱어일수도 있다.'라는 것이 아닐까?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은 입체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며, 그로인해 결론에 도달하는 길
또한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