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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었던 가장 완벽했던 센터 ~하킴 올라주원~




직접 눈으로 보고서도 이건 꿈이 아닐까 하는 혼란스러움에 빠져들게 했던 경이로운 선수..

"the Dream" 으로 불리운 나이지리아 출신의 위대한 센터, 하킴 올라주원이다.

사실 그는 근본적으로 완벽한 센터다.

센터 포지션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완성도를 갖추었다.

하지만 마이클 조던의 발언처럼 그는 '스몰 포워드'처럼도 보인다.

그렇지만 그는 결코 '트위너'가 아니다.

여러 포지션을 다재다능하게 넘나드는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이긴 하지만 보통의 경우처럼

어느 포지션에서도 최고는 될 수 없는, 현역 중에서 예를 들자면 라마 오덤 같은 케이스가 아

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메인 포지션인 센터로써 확고부동한 위치를 다진 이후 다른 포지션을 넘나던 것

이다.

그것도 팀이 그러한 역할을 필요로 할 때 말이다.

보통 우리가 기억하는 올라주원의 모습은 90년대 중반 2년 연속으로 리그 타이틀을 차지할

때를 중심으로 한 30대 초중반의 모습들이다.

바로 '하킴' 올라주원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그에 대한 설명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아직 '아킴' 올라주원이었던 80년대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상 센터 포지션이 가장 빛나던 시절인 90년대에 최강의 라이벌들인 데이비드 로빈슨, 패

트릭 유잉, 샤킬 오닐을 연이어 격파하고 최고 중의 최고가 되었던 하킴을 보면서 문득 의문

이 생겼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압도적인 기량을 지닌 선수가, 그것도 신체적 전성기가 지난 상태에서 피지컬적 하향

세를 노련미와 집중력 그리고 더욱 완성도 높은 테크닉으로 극복하고 지존이 된 그가 왜 80

년대엔 단 하나의 챔피언 반지도 획득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 너무나 궁금했던 것이다.

이후 구할 수 있는 그의 80년대 시절의 경기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의 해답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일단 당시 올라주원의 운동능력이나 체력 등의 피지컬적인 능력은 90년대 시절보다 압도적

으로 뛰어난 역대 최고 수준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예상과는 달리 '드림 쉐이크'를 비롯한 그의 현란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테크닉들을 이

미 장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에겐 이기기 위한 적절한 강약조절이나 동료를 이용하거나 성장시키는 리더쉽이 아

직 갖추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신인급이던 시절 랄프 샘슨이라는 장신의 수퍼스타와 함께 최강의 '트윈 타워'를 형성

했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불완전한 '트윈 타워'였다고 생각한다.

랄프 샘슨은 올라주원보다도 훨씬 큰 키에 놀라운 운동능력과 탁월한 개인 기량을 갖춘 선수

이긴 했지만 냉정한 의미에서의 빅맨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미들 레인지를 지배하는 포워드였던 것이다.

특히나 포스트 시즌에 카림 압둘자바의 LA 레이커스나 로버트 패리쉬, 케빈 맥헤일의 보스

턴 셀틱스 같은 골밑이 강한 팀과 토너먼트를 펼칠 때면 더욱 그의 아웃사이드 지향성은 커

지고 말았던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론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고의 빅맨인 올라주원을 보유한 상태에서 랄프 샘슨이 아웃사이드를 지배하면서 래리 버

드나 매직 존슨을 상대로 대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다면 오히려 더욱 이상적인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랄프 샘슨은 넓은 시야와 센스를 바탕으로 게임을 조율하거나 팀 동료를 하나로 뭉치게 만드

는 능력을 지닌 선수가 아니었다.

그냥 골밑과 외곽을 아우러면서 매치업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공격력을 발휘하는 선수였다

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5-86 시즌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랄프 샘슨의 버저비트로 레이커스

를 꺾고 파이널에 진출하기도 했었다.

아쉽게도 보스턴 셀틱스에게 패하긴 했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는 그 시즌 이후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면서 완전히 몰락해 버리고 만다.

그렇지 않아도 올라주원과 랄프 샘슨 말고는 리그 최약체 수준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던 로케

츠는 이후 한동안 올라주원의 외로운 전쟁 시절로 접어들게 되었던 것이다.

데이비드 로빈슨과 하킴 올라주원을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으로 큰 경기에서의 활약 정도

를 꼽곤 한다.

사실 정규 시즌에서의 모습만 보면 제독이 4대 센터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볼수도 있을 것

이다.

물론 전성기 기준만으로 말이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에선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제독은 정규 시즌보다 훨씬 못한 새가슴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 주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올

라주원은 훨씬 더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것이다.

상대의 강함 정도에 상관 없이 말이다.

오히려 상대가 강할수록 더욱 맹활약을 펼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올라주원의 이러한 모습은 80년대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규 시즌에선 카림 압둘 자바와 대등하거나 약간 밀리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포스트 시즌에

선 압도까진 아니더라도 우세한 플레이를 펼쳤다.

적절한 예로 로케츠에선 올라주원이 혼자서 카림을 막았지만 레이커스에선 올라주원에게 더

블팀이나 심지어 트리플팀까지 들어가면서 수비했던 것이다.

물론 당시 카림의 나이는 우리 나이로 마흔이었기에 당연히 하킴이 이겨야 되는 게 맞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림은 초인이었던가보다.

그해 NBA 올 퍼스트 팀 센터가 바로 카림 압둘 자바였던 것이다.

여전히 그의 스카이 훅샷은 무적의 비기였던 것이다.

80년대 후반의 경기들을 보면 골밑이 평범하고 외곽의 스윙맨이 뛰어난 팀과 상대할 때엔 승

부처에선 골밑을 동료에게 맡기고 외곽에서 상대방의 스윙맨 에이스를 전담 마크하면서 완

벽히 봉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마치 키 큰 스카티 피펜의 모습을 보는 듯한 숨막히는 디펜서로서의 모습이었다. 

올라주원의 진정 위대한 점은 이러한 시행착오 속에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스스로를 더

욱 성장시켜 나갔다는 것이다.

그가 처음으로 NBA 챔피언이 되었던 93-94 시즌 휴스턴 로케츠의 멤버 구성은 사실 당시

의 다른 강팀들에 비하면 현저히 약체로 평가되는 전력이었다.

탄탄한 팀웍과 충실한 롤 플레이어 및 당돌한 신예급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케니 스미스, 버논 맥스웰, 로버트 오리, 오티스 도프, 샘 카셀, 마이오 엘리 등 괜찮은 선수

들이긴 했지만 올라주원과 원투 펀치를 형성할 정도의 수퍼스타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라주원은 어느 정도의 신체적 하향세를 제외하곤 더욱 성장해 있었다.

무엇보다도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진정한 리더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했기에 하킴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로케츠는 비록 마이클 조던이 부재하던 시기였긴 하

지만 역대급의 원맨팀으로 리그 2연패를 달성하게 되었으며 하킴 올라주원은 경이로운 퍼포

먼스를 펼치면서 절대적 지존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던 것이다.

센터의 르네상스 시대가 너무나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