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의 하이드적인 부분의 개념 확립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문학작품이라 확신
하는 작품이 바로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 이다.
사실 뫼르소의 충격적인 살인 이유에 대한 자백, 혹은 그의 평소 행동이나 인간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부조리에 대한 반항 모티프에선 남들과 같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진짜 매력을 느낀 건 감옥에 수감된 뫼르소의 심리묘사와 행동, 특히 그 중에서
도 사형집행을 앞둔 상황에서 참회를 권유하러 온 신부를 상대로 한 그의 거침없는 독설이었
다.
그 짧은 순간 동안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본질에 대해 아이러니하게도 최
선의 이성적 해석을 표출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심지어 나의 생각을 까뮈가 뫼르소의 입을 빌어 말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
로 공감가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바라 볼 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지 못한 채 가식으로 포장된 상상
속의 자신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작품은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서 그러한 모순을 타파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무척이나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상이란 건 당연히 인정한다.
그러하기에 서두에 미리 밝혀두었던 것이다.
이건 지킬이 아닌 하이드적인 측면에 한해서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 자신 또한 너무나 가식적일 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론 두려움
을 낳게 한다.
나를 21세기 뫼르소로 만든 지극히 위험한 매력을 지닌 책, 바로 '이방인'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