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리코 펠리니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길"은 엔딩크레딧이 올라오고 나서도 한참을 멍하
니 슬픔에 잠겨있게 만들었던 영화다.
이상하게도 잠파노의 눈물이 너무나도 슬프게 느껴졌다.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던 고독하면서도 무자비했던 '나쁜 남자' 잠파노가 지나칠 정도
로 바보 같은 순수함을 지닌 젤소미나라는 한 여자의 죽음을 마주하며 난생 처음, 사랑이라
는 감정에 대해 뼈저리게 경험하는 내용이다.
여기서의 사랑은 잠파노의 젤소미나에 대한 연애적 감정일수도 있지만 그것보단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사랑이라고 보는 게 더욱 타당해 보인다.
두 명의 상반된 성향을 지닌 인물들 간의 관계를 길이라는 어떤 공통적 매개체를 통해 연결
시킴으로써 인생의 본래적 가치를 찾아간다.
펠리니의 출세작으로 유명한 작품이며, 이후의 대표작들에 비해 현란한 기교나 형식미가 가
미되지 않은 심플하면서도 깊은 내공을 품은 소박한 걸작이었다.
"8과 2분의 1"과 같이 빈틈 없이 꽉 찬 영화와는 또 다른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탁월한 작품
이라고 생각한다.
펠리니적 색채의 엑기스만으로 이루어진 은은한 여운을 남기는 애잔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