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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화감독들

잉그마르 베르히만



스웨덴 출신의 위대한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우리 곁을 떠나간지가 어언 3년이 다 되어

간다.

작가주의 영화의 르네상스였던 1960년대의 거성들 가운데서도 유독 밝게 빛난 예술가였다.

그의 영화세계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죽음과 마주한 인간의 형언할 수 없을만치 미묘한 심리상태와 그 상황에 직간접적으로 개입

하고 있는 신이라는 개념과의 조우를 통해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영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영화는 무척이나 느린 호흡으로 전개되지만 등장인물의 감정은 굉장히 넓은 음역대를

넘나들고 있다.

놀랍도록 섬세하게 인간의 심리를 묘사했으며, 신 혹은 종교에 대한 자기성찰적 접근을 끊임

없이 시도하였다.

목사의 아들로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하였으나 오히려 그로인해 더욱 종교적 가치에

대한 의문을 많이 잉태하고 있었으며 그에 대한 배출 욕구를 영화적으로 승화시키게 된 경우

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베르히만은 신이 인간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수직적 관계에 대해 언제나 의문을 제기해 왔으

며 결국은 인간이 우선이라는 암묵적 결론을 유도해 왔다고 생각한다.

이창동 감독의 최근작들인 "밀양"과 "시"를 보면 왠지 잉그마르 베르히만에 대한 오마주가 은

근히 느껴져서 괜시리 울컥해 지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베르히만이 느껴질 정도로 깊이 있게 삶과 인간을 스크린 속에 구현해 내는 이창동 감독의

탁월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면서 한편으론 제2의 베르히만, 제2의 펠리니,안토니오니,고다

르에 대한 목마름이 더욱 간절해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연출머신이 아닌 작가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