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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



영화 작가와 문학 작가 간의 가장 짜릿한 도킹 장면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알랭 레네와 마

르그리트 뒤라스의 만남일 것이다.

루이 브뉘엘과 살바도르 달리의 경우에서처럼 각기 다른 예술 장르의 거장들이 적절한 조합

을 이루었을 땐 완전히 색다른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간혹 보아왔다.

누벨 바그와 누보 로망을 대표하는 두 작가가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

르게 되는 것이다.

"히로시마 내 사랑"은 확실히 영화적이면서도 문학적이다.

하지만 기존의 관습과는 분명히 구분지어지는 이질감이 존재한다.

두 작가 모두 '누벨'과 '누보'라는 새로움의 유전자를 지녔기에 어딘지 모르게 아방가르드적

인 뉘앙스가 작품 속에서 풍겨져 나오는 것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보다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장면들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가는 걸 느끼게 된다.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진 않았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서로 반대되는 지점에 있는 것들의 대조를 통해 어떤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는 방

식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그 거리는 좁혀지기도 하고 가끔씩은 동일화 된 것처럼 비춰지기도 하면서 상호

간의 접촉이 이루어지곤 하는 것이다.

사실적인 듯하면서 몽환적인 애매모호함이 처음부터 끝까지 끈질기게 깃들어 있으며, 말을

하지 않으면서 말을 하는 화법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